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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기업 가공보드공장 이상열 기술사원 가족의 안동 여행

셋이서 손잡고 걷는 사랑의 길

결혼 30주년이자 아내의 환갑을 맞아 이상열 기술사원은 특별한 여행을 다녀왔다. 안동 월영교 위에서
아내와 아들을 향한 애정을 되새긴 시간, 오붓하고 달콤한 세 사람의 추억이 또 하나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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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준비한 사랑의 서약

“월영교는 우리나라에서 사람이 건널 수 있는 가장 긴 목조 다리야. 길이가 387m나 되고 주탑이나 아치 구조물이 없는 게 특징이지. 대신 저기 봐봐, 다리 중간에 있는 정자 보이지? 나무다리와 정자가 안동과 잘 어울리는 것 같지 않아?” 초등학교 현장학습 시간이 아니다. 월영교에 대해 막힘없이 설명하는 이는 동화기업 가공보드공장의 이상열 기술사원, 그의 말에 귀 기울이는 이들은 환갑을 맞은 아내와 서른 살 아들 준희 씨다. 평소 여행지에 얽힌 역사와 문화까지 미리 공부해 전문 가이드처럼 가족들을 안내한다는 이상열 기술사원. 하회마을이나 도산서원 같은 안동의 유명 관광지가 아닌 월영교를 가장 먼저 찾은 건 먼 옛날 어느 한 부부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얽힌 곳이기 때문. 지난 1998년 안동 정상동, 택지개발을 앞두고 주인 없는 무덤들을 이장하는 와중에 한 남자의 관 안에서 특별한 유품이 발견되었다. 병으로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부인이 자신의 머리카락을 엮어 미투리(신발)를 만들고 남편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편지를 써 관 안에 넣은 것이다. 월영교는 이 부부의 사랑을 기리기 위해 미투리 모양으로 만든 다리로 연인이 손을 잡고 건너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남편 곁에 끝까지 남겠다는 편지를 쓴 그 부인처럼, 저도 건강하게 아내 곁에 머물겠다는 약속을 꼭 지키고 싶어요. 그런 의미에서 아내 손을 잡고 이 다리를 건너고 싶었죠.” 그야말로 로맨티스트다운 답변. 곁에서 듣던 아들도 “역시 동화의 최수종” 하면서 아빠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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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가족의 시트콤 같은 일상

세 사람은 서로 직장이 먼 탓에 ‘주말 가족’으로 살아간다. 이상열 기술사원은 인천, 아내는 증평, 아들 준희 씨는 의왕에 살고 있다. 특별한 행사가 없으면 금요일 저녁마다 인천 집에 모여서 일요일까지 같이 보내는 편이다. “평소 단체 채팅방에서 대화를 나눠요. 남편이 좋은 글귀나 예쁜 사진을 공유해주는 편이고요. 원래 다정한 사람인데, 어쩐지 더 애틋해진 것 같아요.” 이상열 기술사원은 아들이 어느 정도 자란 후부터 친구처럼 지내는데, 덕분에 사춘기도 수월하게 넘길 수 있었다고 한다. 옆에서 이야기를 듣던 아들 준희 씨는 중학교 때 부모님이 연상연하 커플이라는 걸 알고 놀랐던 추억을 떠올린다. “의료보험증을 들고 혼자 병원에 간 적이 있어요. 주민번호에 대한 이해가 생겼을 즈음이었는데, 엄마 주민번호 앞 숫자가 아빠보다 낮은 거예요. 그때까지 두 분이 동갑인 줄 알고 있었거든요. 정식으로 엄마가 ‘연상녀’임을 제 앞에서 말씀하신 건 중학교 때였고요.” 30여 년 전, 이상열 기술사원과 아내 김신덕 씨가 연애를 하던 시절에는 연상연하 커플이 흔치 않았다. 군대 동기의 여자친구가 사촌을 데리고 면회를 왔는데 그 주인공이 바로 아내 김신덕 씨. 당시 아내에게 첫눈에 반한 이상열 기술사원이 나이를 속이는 ‘하얀 거짓말’을 하면서 둘의 연애가 시작됐다. 그 후 아들이 이해할 수 있는 시기인 중학교 때까지 기다려 연상연하임을 밝힌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아무 일도 아니지만 당시에는 자못 심각한 비밀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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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면 더 멋진 로맨티스트

보드가공 분야에서만 31년째 일하고 있는 이상열 기술사원은 뉴질랜드 파견근무 시절을 잊을 수 없다. 마을 신문기자가 찾아와 ‘경력 30년 된 기술자’라면서 인터뷰를 했던 것. 그 일을 계기로 자신의 업무에 더욱 자부심을 느끼게 됐다. 업무에 관해서만큼은 정확하고 냉철하지만 가족에게는 한없이 자상하다. “일에서는 완벽주의자에 가깝지만 가족에게는 다정하고 세심한 사람이에요. 장난기도 많고 가족 앞에선 늘 자신을 낮추곤 해요. 돌아가신 어머님께서 가족들에게 굉장히 헌신적이셨다고 하는데 그 성격을 남편이 그대로 닮았나봐요.” 가족 앞에선 완벽하지 않아도, 실수를 해도 괜찮은 법. 이상열 기술사원은 가족과 함께 있으면 늘 마음이 편하다고 한다. “저는 사랑하는 마음을 감추거나 포장하지 않고 그대로 표현하려고 노력해요. 한때는 가벼워 보인다며 무게 좀 잡으라고 잔소리하던 아내도 요즘은 단점이 장점이 됐다며 좋아하고요. 앞으로 더 자주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살려고요.” 멜로드라마 속 로맨티스트의 전형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하지만 미투리의 사연을 알아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월영교처럼 자신을 내려놓고 가족을 위해 노력하는 이상열 기술사원의 속내를 알게 되면 이 시대의 진정한 로맨티스트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다리 위를 오붓하게 걸으며 풍경을 찬찬히 감상하는 세 사람, 이들의 달콤한 여행은 지금부터 시작이다.